뱅크샐러드에서 퇴사하고 5년 만에 이력서를 다시 썼다. 평소에 주기적으로 써오지 않아 이번 기회에 아예 백지에서 시작했다. 그동안 면접관으로 여러 이력서를 봐왔는데 어떤 이력서가 좋았는지 떠올리며 무슨 내용을 넣고 무슨 내용을 뺐는지, 이력서에 적을 내용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어떤 형식으로 썼는지 적어본다.
면접관으로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볼 땐 타깃 하는 직무 역량 레벨과 트랙(엔지니어링 커리어 패스를 레벨과 함께 ic 트랙과 매니저 트랙으로 운영했다)에 따라 기대한 바는 조금씩 다르긴 했으나 좋은 이력서엔 주로 아래 내용이 있었다.
나보다 더 많이 이력서 스크리닝을 해왔던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좋은 이력서는 프로젝트의 난이도와 성과가 나열되어 있어 이 사람에게 어떤 일을 시켰을 때 얼마큼의 확률로 해낼 수 있겠다 추론이 되어 테스트케이스가 되는 이력서"라고 말해줬는데 이 기준도 참고해 볼 만했다.
주기적으로 이력서를 갱신해 오진 않았지만 언젠가 해야 하는 순간은 올 것이기에 평소에 내가 업무 내용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었다. 마침 뱅크샐러드는 lemonbase를 이용해 반기마다 역량 평가를 진행하는 조직이어서 그동안 했던 업무를 주기적으로 압축해 임팩트 순으로 정리해 올 수 있었다.
평가 자료로 쓰기 위해선 단순히 xxx 기능 개발, yyy 업무 진행이 아니라 업무의 컨텍스트와 함께 그 성과를 최대한 정량적인 숫자로 적어야 했던 점도 나중의 수고를 덜어줬다. 그 당시 컨디션에 따라 어떤 업무를 왜 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적었을 때도 있었고 그냥 지라 티켓, pr 링크만 bullet point로 적었을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평가 자료를 모아 이력서의 raw 자료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었다.
5년간 해온 업무가 소위 말해 파운데이션, 프레임워크 같은 이름의 공통적인 성격으로 어느 정도 일관성 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떨 땐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기능을 개발했거나, 이걸 꼭 적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애매한 성격의 업무들은 있었기에 일단 모든 업무가 담겨있는 하나의 메인 이력서를 작성했다. 모든 업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진 않고 연속성 있거나 성격이 비슷한 업무는 "개발 및 운영", "이슈 대응과 성능 개선"으로 어느 정도 추상화하며 그룹화해 메인 이력서를 작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지원하는 포지션에 따라, 내가 강조하고 싶은 면모에 따라 내용을 취사선택해 브랜치 이력서로 만들 수 있었다.
해온 모든 일이 수치로 표현되진 않지만 그럴 수 있는 항목들은 최대한 정량적으로 작성했다. 'xxx sdk 사용', 'xxx 기능 개발'로 적기보단 'p90 기준 xx ms 유지', '속도 n% 개선', '20개의 api 구현' 이런 식으로 성과와 배경을 최대한 정량적으로 적으려 했다.
'생산성 향상'처럼 그 결과가 정량적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항목도 물론 있었고 이런 항목들은 그 복잡도를 나타내거나 시간 연속성이 드러나도록 작성했다. 만약 성과를 뾰족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업무라면 'x개의 api를 가진', '분당 x개의 요청을 처리하는'등의 수치를 함께 기재하는 것도 이력서를 읽는 사람 입장에서 업무의 복잡도, 난이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비용이나 리텐션 같은 절대적 수치는 대외비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상대적인 숫자로 표현하려 했다.
아래 이력서와 글도 참고할 만했다.
여러 이력서를 봤을 때 아래 내용들이 없는 이력서가 오히려 좋은 인상을 주었다.
요구하는 정보는 회사마다 다르긴 하겠으나 사진, 성별, 생년월일, 주소, 결혼 여부, 가족 관계 같은 개인정보는 이력서 스크리닝이나 면접 진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었고, 도움이 되지도 않아야 한다. 특히 혼인 여부 수집은 위법이라 회사에서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이름과 이메일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기에 이번 이력서에선 전화번호도 제외했다.
어떤 이력서를 보면 java 중급, python 70% 이런 식으로 스킬의 숙련도를 적는 경우가 있는데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100% 수준은 어떤 수준인가요" 질문했을 때 답변하기도 요원하고 어차피 하드 스킬 역량은 면접 진행 과정에서 파악된다. 차라리 담백하게 kotlin, spring, grpc, kubernetes 이런 식으로 스킬 셋을 적어두는 게 좋겠다.
이력서 초안을 작성한 후엔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부탁했다. 면접관 입장에서 좋은 내용과 없어도 될 내용이 있는지, 내가 한 업무 중에 이거 있으면 좋겠는데 빠진 건 없는지 등 리뷰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영문 이력서를 작성하고 어색한 표현은 없는지, 문법은 적절한지 다른 동료와 chatgpt한테 피드백을 받고 반영했다. 피드백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그 질이 확연히 차이 났기에 조금 부끄럽다고 느껴지더라도 피드백은 꼭 받아보면 좋겠다.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면 주변의 멘토나 지인에게 피드백을 요청해도 좋겠다. 본인이 아는 현업의 지인들, 아티클을 읽다 보면 보이는 다른 개발자의 블로그, 트위터나 disquiet, 이오플래닛 같은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분들 같은 경우 나도 그렇고 보통 정중한 피드백 부탁에 열려있는 분들이다. 메일 같은 수단으로 피드백을 부탁한다면 어떻게든 답변을 주시니 부끄럽다거나 실례라는 생각 때문에 주저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렇게 5년 만에 이력서를 다시 쓰며 무슨 내용을 넣고 무슨 내용을 뺐는지, 이력서에 적을 내용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어떤 형식으로 썼는지 적어봤다. 아래는 이력서를 쓰며 느낀 어려움인데 추후 이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
/resume
링크로도, export 한 pdf로도, linkedin에도 레플리케이션 하는데 이 과정의 일관성 유지가 어렵다.이렇게 어떤 이력서가 좋았고, 평소에 적을 내용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어떤 식으로 내용을 적었는지 정리 해봤다. 5년 만에 다시 쓴 이력서는 한국어 pdf, 영어 pdf로 각 링크에서 볼 수 있다.